피닉스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는 짐을 싸고 살림살이를 정리하였다. 이민백에 도저히 들어갈 것 같지 않은 많은 물건들을 버려야 했다. 벡텔사가 한아름씩 안겨준 교육훈련교재도 너무 많고 무거워 눈물을 머금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여덟 달을 신었지만 아직도 새것 같은 아까운 안전화는 누구 신을 사람 있으면 신으라고 쓰레기장 앞에다 고이 갖다 놓았다. 키우던 선인장 화분도 거기 갖다 놓았다. 가방과 이민백 안에는 카메라와 라디오와 밥솥과 사진들과 환등기 필름들을 챙기고 입던 옷과 선인장 그려진 티셔츠도 챙겨 넣었다. 여덟 달 가까이 우리를 태우고 다닌 72년형 크라이슬러 뉴포트는 ‘For Sale"종이를 붙이고 다녔지만 끝내 사는 사람이 없어 내가 몰고 LA까지 가기로 했다. 우리는 팔로버디에서 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