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회사를 떠나서 17

89. 아랍에미레이트 항공

아랍에미레이트(UAE) 바라카원전의 사업주는 에미레이트원자력에너지공사(Rmirate Nuclear Energy Corp.: ENEC)이다. ENEC에서는 세계각지로부터 많은 엔지니어들을 고용하여 사업관리체제를 갖추고 한전의 건설업무를 감독, 확인하고 미국에도 품질검사요원을 파견하여 미국에서 제작되는 기자재 품질검사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 ENEC 품질검사요원은 뉴햄프셔주 뉴잉턴의 웨스팅하우스 본사에 주재하고 있었는데 커넥티커트의 하트포드 북쪽에 있는 RSCC에도 가끔씩 방문하여 케이블 제작검사를 하고는 했다. 한 번은 나와 한전 피츠버그사무소의 K차장, 그리고 코센(KOCEN) 품질검사자로 피츠버그 사무소에 나와 있는 L부장이 아랍에미레이트 전력회사(ENEC)에서 나온 검사원 B씨와 함께 하트포트 브레들..

88. 한기 백 과장

“백 과장에 대한 판결이 곧 나온다던데 어찌 될지 모르겠습니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언도 받았는데 이번에는 얼마나 받을지.......” 2014년 12월 초순, 내가 아랍에미레이트 바라카원전 건설용 기자재 제작독려업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커넥티커트 하트포드 인근에 있는 케이블 제작사 RSCC에 케이블 제작사와 기술협의를 하기 위하여 서울의 한기 본사에서 3명의 기술인력이 출장을 왔는데 그 중 일원인 김 차장이 내게 한 말이었다. “징역 2년요? 아니 뭘 얼마나 잘못 했는데요?” 나는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이 부장님도 아시죠? 가짜부품 사건 신고리 3,4호기 케이블 품질서류 사건이 터지고 잡혀 들어간 사람이 100명 훨씬 넘습니다. 그래서 이젠 엔지니어들이 책임 질 일은 전혀 안 하려고 합니다. 백 ..

87. 가짜부품, 케이블성적증명서 조작, 그리고 CFSI

한국에선 아직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던 때, 뉴저지 퍼블릭 골프장에 갔다가 한 한국인과 함께 골프를 치게 되었다. 나이는 사십대 후반이나 오십 근방 되어 보였고 키도 크고 준수하게 생긴데다 엄청난 장타를 때리는 수준급 골퍼였다. 함께 골프를 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뉴욕에서 일하는 변호사란다. 또 문재인을 지지하는 모임의 회원이란다.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한단다. 또 원자력발전소는 위험하므로 없애야 한단다. 가만히 듣다가 내가 원자력에서 수십 년 일한 사람인데 원자력이 그렇게 위험한 거 아니라고 했더니 며칠 전에도 한국에서 원자로가 누설되었는데 어떻게 안전하냐는 것이었다. 내가 어이가 없어 도대체 무슨 기사를 보고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골프를 치다 말고 그 기사를 찾아 보여주겠다며 셀폰으로..

86. UAE 바라카 원전

2001년 김대중 정부에 의하여 일곱 토막이 나고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노무현 정부에 의하여 전국 방방곡곡에 흩뿌려진 한국전력이 2009년 12월에 아랍에미레이트(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한 것은 어쩌면 기적이라 할 만 한 일이었다. 2009년 11월초만 해도 아랍에미레이트는 프랑스 원전도입을 거의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알스톰과 프라마톰은 울진 1,2호기에서도 보여준 바와 같이 우람하고 튼튼한 미국 원전에 비하여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어떻게 보면 다소 축소지향적인 설계로 자재가 적게 들면서 실용성과 경제성, 그리고 안전성을 모두 달성한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 국내에서 수 십 기를 건설함으로써 탄탄한 실력과 경험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

85. 흩뿌려진 공룡 고기 일곱 토막

한국전력, 대한민국의 산업의 동력을 책임 진 회사, 1961년 불과 36만 7천 킬로와트라는 보잘것없는 발전설비로부터 오늘날 1억 킬로와트를 훨씬 넘는 거대한 몸집으로 불어난 공룡 같은 회사, 우리에게 “하루공기가 백만불”이라며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회사를 자신의 몸처럼, 회사 일을 자신의 일처럼, 밤새우고 피땀 흘려 회사 위해 나라 위해 몸 바쳐 일하라 하더니, 그렇게 30년 청춘을 바쳐 일한 나를 찬 시체로 만들어 내팽개친 회사....... 수만 명의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지만 주인 없는 회사. 누가 물어뜯어도, 팔다리를 잘라가도 아파할 줄도 모르고 말 한 마디도 못 하는 회사......, 그 한국전력은 정권을 잡은 자들에게 크고 먹기 좋은 고깃덩어리였다. 이 한국전력을 “준비된 대통령”이 요리를..

84. 명예퇴직금이라도 돌려다오

한국전력의 사규(社規)와 노사단체협약, 그리고 한국전력공사법에 의하면 사장에게 회사의 규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권한이 없다. 그런데 한국전력은 장영식 사장의 내부결재로 규정에 없는 한시퇴직을 만들어서 2,369명을 퇴직시켰다. 명백히 무효이고 불법이다. 거기에다 명예퇴직금을 삭감하였다. 머슴의 새경을 떼어먹고 두들겨패서 쫓아낸 꼴이요 마늘을 빼먹은 더러운 짓이었다. 1998년초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다음 아직 이종훈 사장님이 물러나기 전, 한국전력 직원들 일부, 수십 명이 명예퇴직 신청을 했다. 회사의 규정과 단체협약에 의하면 입사한 지 20년이 지나고 정년까지의 잔여기간이 10년 이내로 남았을 때 명예퇴직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나도 이 조건에 해당하여 명예퇴직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나는 신청하..

83. 회사를 떠나서

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출근을 하였다. 그리운 얼굴들을 다시 보았고, 내 자리에서 다시 근무하고 있었는데 사내방송으로 인사발령이 발표된단다. 무슨 이동발령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발령을 받았는데 내 이름은 안 나온다. 그제야 난 내가 한시퇴직자가 되어 회사를 나왔다는 걸 깨닫는다. 갑자기 슬퍼진다. 서러워진다. 꿈속에서 난 그게 꿈이라는 것도 깨닫는다. 그래도 계속 슬프고 서럽다. 해 저문 들녘에 홀로 동그마니 내버려진 아이처럼 난 울고 있었다. 또 이런 꿈을 꾸다니..... 함께 퇴직한 2,368명은 무얼 하고 있을까? 다른 사람들도 아직 떠나지 못 하고 회사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을까? 그들도 나처럼 꿈속에서 출근했을까? 퇴직당한 지 두 달 후인 1999년 2월 17일은 내가 입사한지 3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