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회사를 떠나서

93. 세계최저수준 전기요금

Thomas Lee 2023. 10. 23. 07:37

93. 세계최저수준 전기요금

 

2022년에 넋두리 같은 긴 이야기를 써놓고서 일 년 넘게 훌쩍 가버렸다. 2023년 가을이 되었다. 또 몇 가지 이야기를 덧붙여 써야 할 것 같다. 윤석열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었다지만 산업부와 원안위 등 관련기관에는 여전히 반핵인사들이 버티고 있고 곳곳에 박아놓은 대못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고리 1호기와 월성1호기는 송장이 되어버렸고, 후속기들은 빛도 보지 못 한 채 태중(胎中)에서 사망, 유산되어 버렸고, 고리 2호기, 고리 3,4호기, 영광 1,2호기 등 줄줄이 고려장 대기를 하던 원전들은 뒤늦게 수명연장을 한다고 하는데 원자력관련법에 따라 3년 가량 걸리는 심사기간과 절차 때문에 한수원이 뒤늦게 관련자료와 서류를 갖추느라 허둥지둥하고 있지만 상당기간 가동하지 못 하게 될 거란다.

한전의 적자는 계속되고 있다. 한전의 연간전력판매금액은 60조원이 채 안 되는데 2022년에만 32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았다. 전기 1 kWh를 180원에 사다가 120원에 팔았단다. 2023년 상반기에도 8조 5천억원의 적자란다. 전에는 한 해 10조원에 달하는 흑자를 보던 한전이 2021년 이후 2년 반 동안 47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보고 있단다. 2023년 6월말 기준 총부채는 201조 3500억원으로 200조 원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약 70억원, 한 달 약 2000억원을 순전히 이자로만 내는 것으로 추산된단다. 이 추세라면 한국전력의 부채규모는 올해 2023년 말 205조 8400억 원, 2027년에 226조 2701억 원까지 불어날 거란다.

 

한전은 국내상장사 중 가장 많은 부채를 지고 있고 부채비율(자본금 대비 부채비율)이 574%에 달한다. 보유재산을 몽땅 팔아도 부채를 다 갚을 수 없는 깡통회사가 된 셈이다. 한전이 앞으로 5년간 부담해야 할 이자만도 24조 원에 달한단다. 그 동안 채권을 발행하여 버텨왔지만 한전이 발행한 한전채 총액이 현재 79조원에 달하여 법정한도에 걸려 한전채를 찍어 ‘빚 돌려막기’를 하는 것조차 어려운 지경에 몰리고 있다.

 

거기에다 그 동안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전국을 뒤덮어버린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들은 한전의 피를 열심히 빨아먹고 있다.

지난해 2022년 전력시장 정산단가(kWh)는 아래와 같다.

- 원자력 52원

- 석탄 158원

- 가스 239원

- 신재생 271원 (REC 거래비용 70원 포함)

원자력은 52원이고 신재생은 271원이란다. 원자력 전력에 대하여는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52원을 지급하고 있고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 전력은 다섯 배나 비싸게 지불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나 아리조나 사막이라면 몰라도 한국에서 태양광 발전은 애초부터 경제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 태양광 발전은 한낮 너댓 시간 밖에 할 수 없다. 풍력도 마찬가지다 풍력은 바람이 불어줘야 돌아간다. 서북부 유럽 북해처럼 바람이 잘 불어주는 곳도 아닌 한국에서 풍력 또한 경제성이 있을 턱이 없다.

 

RPS라는 게 있다. 정부가 한전에게 전력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강제한 의무사항이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이 의무적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2022년 12.5%, 2023년 14.5%, 2024년 17.0%, 2025년 20.5% 등으로 단계적으로 올려 2026년까지 법정상한인 25%에 도달하도록 되어 있다. 도대체 한전과 한수원이 태양광, 풍력사업까지 하라는 말인가?

 

태양광이 한 낮에 태양빛을 잘 받고 마침 바람이 잘 불어 태양광과 풍력이 바람개비가 잘 돌아가면 전력이 갑자기 남아돌아 한전은 잘 원전들까지 세워야 한다. 해가 저물고 바람이 멎으면 이번에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값비싼 LNG가스발전소들을 돌려대야 한다. 그야말로 태양광 풍력전기를 위하여 한전이 존재하는 꼴이다. 기가 막히는 전력산업구조다.

 

문재인 정부는 한전과 한수원 등 전력회사들에게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선을 정해놓고 민간에 태양광과 풍력발전설비를 만들도록 권장하였다. 태양광, 풍력 전력을 한전이 비싸게 사줄 테니 마음 놓고 태양광 패널 깔고 풍력발전기 세우라는 것이었다.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권장하고 대규모 대출을 해주었다. 농가들은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들여와 문전옥답에다 태양광 발전소를 지었다. 산비탈의 나무를 베어내고 태양광 패널을 덮었다. 저수지에도 태양광 패널을 깔았다. 온 국토가 시꺼먼 태양광 패널로 뒤덮인 형국이 되었다. 그래놓고 이 전기를 비싼 값에 의무적으로 사주도록 한 것이다. 전체전력단가가 올라가면 태양광 전기값이 자동적으로 올라가게 만들었다. 한전에 이렇게 엄청난 짐을 지워놓고는 문재인 재임기간에는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는다는 공약으로 전기요금을 눌러놓았다. 한전사장 김종갑은 정부에 전기요금인상을 대놓고 요구하지는 못 하고 “콩 값이 두부 값보다 비싸다.”는 볼멘소리만 하였다.

 

올해 2023년 한전이 구입하는 전체 SMP 전력판매단가(kWh)는 아래와 같다.

- 1월 162원

- 2월 165원

- 3월 170원

- 4월 128원

- 5월 118원

- 6월 126원

- 7월 145원

- 8월 202원

이와 같이 전력판매단가가 크게 변동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유가, 특히 천연가스(LNG) 가격변동에 기인한 것이다.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하여 전기요금이 인상되어야 하는데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다음에도 전기요금은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2022년부터 다섯 차례 전기요금인상이 있었지만 인상폭이 크지 않아 한전의 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당초 정부는 2023년 전기요금 인상폭을 ㎾h당 51.6원으로 산정했지만 1~2분기 동안 ㎾h당 21.1원 인상하는 데 그치고 있다. 전기를 160원에 사와서 120원 받고 파는 콩 값이 두부 값보다 비싼 한국전력의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두부장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전기요금은 세계적으로 가장 값싸다. 1980년대에 고리, 영광, 울진 등 원자력발전소들이 대거 준공되어 세계에서 가장 값싼 전력요금이 실현된 다음부터 그 효과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2023년 3월 기준 OECD 38개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kWh 당 주택용전기요금)

1위 덴마크 669.5원

2위 독일 636.1원

5위 스페인 464.8원

7위 영국 460.2원

18위 일본 315원

20위 호주 297.4원

24위 프랑스 264.8원

28위 미국 231.4원

34위 캐나다 166원

36위 멕시코 127.1원

37위 한국 126.4원

38위 튀르키예 99.2원

 

보라, 한국의 전기요금이 얼마나 싼가. 덴마크나 독일의 5분의 1, 일본의 3분의 1,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폭등하는 와중에서 세계 모든 나라들이 어쩔 수 없이 전기요금을 올리고 있는데 탈원전에다 신재생에너지까지 추진하는, 에너지자원조차 없는 국가의 전력요금이 이렇게 싸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것은 한국이 지금 한국전력을 희생시키며(잡아먹으며) ‘나 홀로’ 전력요금을 낮게 유지하고 있는 중이라는 의미이다.

 

전기요금이 싸다보니 한국의 국민 1인당 전력소비량은 캐나다, 미국 다음으로 많고 웬만한 유럽국가들의 배 가까이 된다. 한국의 기업들은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데 일본이나 유럽국가에 비하여 훨씬 많은, 두 배 가까운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 기업이나 가정이나 한국인들은 지금도 정신 차리지 못 하고 전기를 펑펑 쓰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전력요금이 다른 국가들처럼 국제에너지가격에 연동되어 인상되었더라면 어떤 비명이 터져 나왔을까? 대한민국은 국제에너지 파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렇게 ‘나 홀로’ 값싸게 전기를 사용할 자격이라도 있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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