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중공업 이야기

1. 열아홉 살의 한국전력 입사

Thomas Lee 2022. 2. 17. 01:33

한국전력의 기억 1. 1969년 한전입사

 

내가 공고를 졸업하고 한전에 입사한 것은 1969년 2월 17일이다.

그 전 해 1968년, 나는 공고 3학년이었고, 9월에 부산에서 한전입사시험(필기시험)을 보고 합격한 다음 10월에 서울 을지로 입구 한전본사에 올라가 면접시험을 보았다.

밤새워 중앙선 열차를 타고 청량리에 도착한 것이 새벽 4시 반.

성호와 함께 을지로 입구 한전본사까지 택시를 타고 갔는데 요금이 거금 160원 나왔다.

 

서울이 난생 처음이었다.

시청 앞에는 전차들이 스파크를 지지직- 내면서 굴러다니고 있었고, 그 이른 새벽에 시청앞 골목 안에 문을 연 이발소는 부지런한 중국인 이발소 뿐이었다. 성호는 중국인 이발소에서 이발을 하였고 나는 중국인 이발사에게 내 머리와 얼굴을 맡기기가 싫어 그냥 허버허바사장에서 급속 증명사진을 찍었다.

면접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날은 추석전날이었다.

한전도 그렇지 하필이면 그런 때로 면접날을 잡다니....

기차역은 몰려든 귀성객으로 난리도 아니었다.

우린 서울역에서, 그리고 또 청량리역으로 가서 열차를 타려고 애썼지만 역무원이 휘두르는 대나무 장대를 피해 머리를 수그리며 이리 저리 밀리다가 결국 열차를 타지 못 하고 말았다.

하루를 더 지나고 추석날 새벽 다시 서울역에 나가서 겨우 열차를 잡아타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1961년 7월 1일 군사혁명정부가 삼사통합하여 한국전력주식회사를 발족시킬 때 설비용량이 36만 kw였었다고 한다.

압록강 수풍수력이 60만 kw였는데 그 절반밖에 안 되었다.

군사혁명정부가 열심히 전원개발을 추진하여 1968년 말에는 한국의 총발전설비용량이 163만 7천 kw에 이르렀다.

내 기억으로 1968년 11월 4일엔가 대한민국의 전력수요 최대순간부하가 대망의 100만 kw를 넘어섰다. 그리고 그 무렵 건설중이던 당인리화력 5호기 25만 kw짜리 터빈이 한강인도교를 지났다. 25만 kw짜리 터빈이라 무게가 250톤인가 되어 한강 인도교가 무너지지 않을까 신문마다 대서특필 되었다.

 

1969년 2월 17일, 내가 입사하여 쌍문동 연수원에 입교한 날은 설날이었다. 추석날은 면접 보느라 그렇게 애먹고 입사일은 설날이라 섣달 그믐날 고향집을 떠나 설날을 연수원에서 맞은 셈이니 이게 고달픈 나의 한전생활의 서곡이었나 보다.

새벽에 집을 나서 중앙선 열차를 타고 청량리역에 도착하여, 청량리에서 종로로, 다시 종로 5가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쌍문동에 내렸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석양에 붉게 빛나는 연수원 건물 뒷편으로 눈 덮힌 북한산과 도봉산이 보였고, 연수원입구 길 양편 논에서는 사람들이 스케이트와 썰매를 타고 있었다.

연수원에 들어가 배정된 방에 가니 방 안에 나무침대 8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튿날 설날 아침 연수원 식당에서 받은 야전식판에는 밥과 고깃국, 그리고 떡 몇 조각과 감, 밤 몇 조각이 놓여 있었다.

 

연수원에서 4주간 교육을 받고 우리는 수습사원 사령장을 받아쥐고 마산화력으로 갔다.

연수원에서 배운, 지금도 기억나는 몇 가지 수치들....

총발전설비 163만 7천 kw

자산규모 1,519억원

자본금 460억원

1968년도 순이익 74억원

총 종업원수 약 1만 4천명

 

당시의 주요발전설비들 기억나는 것들

당인리 1호기 2만 5천 kw

당인리 2호기 2만 5천 kw

당인리 3호기 2만 5천 kw

당인리 5호기(건설중) 25만 kw

당인리 4호기(건설중) 14만 kw

인천화력 건설중

영월 구화력 2만 5천 kw x 4기 = 10만 kw

영월 신화력 5만 kw X 2기 = 10만 kw

부산화력 1, 2호기 6.6만 X 2기 = 13만 2천 kw

부산화력 3, 4호기 10.5만 X 2기 (건설중) = 21만 kw

부산항 발전함 레지스탕스호 3만 kw

군산화력 7만 5천 kw

마산화력 2만 5천 X 2 = 5만 kw

삼척화력 3만 kw

울산가스터빈 10대 15만 kw

왕십리 내연 5천 kw

화천, 춘천, 의암, 청평, 팔당 수력발전소 각 5~12만 kw

남강수력 5천(?), 괴산수력 5천(?), 울릉도 수력, 제주화력...

대략 이랬다.

 

50년 전인데,

지금 돌아보니 한국전력, 참 영세하기도 했다,

다 합쳐도 163만 7천 kw, 원전 2기 용량도 안 되네.

상전벽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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