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회사를 떠나서

99. 제작사의 막무가내 땡깡

Thomas Lee 2024. 1. 24. 23:29

제작사의 막무가내 땡깡

 

뉴저지주에 있는 Unique사는 Mr. Olof Eriksen의 개인소유 회사로 복수기진공펌프에 관한 한 많은 제작, 납품실적을 보유하였으나 여러 대의 공작기계들을 갖추고 전체인원이 20명도 안 되는 소규모 업체이다. 사장이며 소유주인 Olof Eriksen(1936년생, 2016년에 80세였음)은 노르웨이 출신으로 미국 인근해역에서 선박해상사고를 당한 것을 계기로 미국에 정착하였는데 GE의 터빈기술개발 분야에 종사하며 뛰어난 터빈기술자로 인정받았고 터빈, 제트엔진, 진공펌프 등 기계기술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쌓았다고 한다. 특히 뛰어난 손재주와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축소모형 선박공예에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여 미 해군과 모형선박계에 이름을 날렸는데 Unique사 건물 출입문에 들어서면 로비에 중세범선, 미국의 전함 등을 축소하여 대단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여러 개의 모형선박들이 전시되어 있고 Olof Eriksen 영감이 직접 저술한 모형선박 제작법에 관한 두꺼운 책이 전시되어 있다. 모형선박공예가 Olof Eriksen 일생의 자랑인 셈이다. 건물의 벽에는 “You gave me the opportunity.... I worked like a dog.... Thank you, America(당신은 내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나는 개같이 일했습니다. 미국이여,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구리명판이 박혀 있다.

 

한편, 신고리 3,4호기 복수기 진공폄프는 일본의 쓰루미(Tsrumi)사가 공급하였는데 한수원의 지나치게 까다로운 품질서류 요구에 질려서 아랍에미레이트 바라카원전 때는 입찰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Unique사가 바라카원전의 복수기진공펌프를 낙찰 받았는데 계약금액은 130만 불 정도였다. 그런데 제작을 진행하면서 덤핑입찰로 수주금액이 지나치게 적다는 이유로 내부다툼이 일어나 Olof 사장이 품질책임자인 Lynch 등 기술인력 2~3 명을 저가입찰의 책임을 물어 해고하고 William Supple씨가 혼자서 기술업무를 사실상 전담하게 됨으로써 한전/한기에 제출해야 할 도면과 품질서류의 작성이 대단히 지체되고 이로 인하여 제작지연이 가중되게 된다. 더구나 한전/한기의 제출서류요건에 맞추지 못 하여 한기의 기술인력이 수 차례 Unique사를 방문하여 기술지도를 하고 심지어 Tsrimi사의 도면과 제출사류를 보여주기까지 했으나 제작지연은 더욱 심각해져갔다. 하도급사의 전동기 제작지연, 계측기 해수누설발생, 체크밸브의 작동불량, 소형전동기의 품질기준 적용문제로 인한 분쟁, 대만에 발주한 펌프 회전자와 케이싱 선적사고 등 크고 작은 숱한 문제가 숱하게 발생하였다.

 

그리고 1호기분 납품지연에 따라 한전은 Unique사에 지체상금을 부과하였는데 이것이 Unique사의 분노를 폭발시키게 된다. Olof 사장은 바라카원전의 까다롭고 많은 제출서류요구로 인하여 납품지연과 비용증가요인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130만 불인 계약금액을 3 배 가까운 312만 불로 증액시켜 줄 것을 요구하면서 제작중단과 납품포기 위협을 하고 나섰다. 한전과 한기가 요구하는 품질관련 요건들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미국의 보글원전 복수기진공펌프에 비하여 제출서류가 3~4배나 많다는 것이었다. 한전은 이에 대하여 계약해지와 법적소송을 검토하기도 하였으나 그렇게 할 경우 바라카원전의 공사진행이 심각하게 지연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실 신한울 3,4호기 때 쓰루미사의 계약금액에 비추어 바라카원전의 Unique사의 계약금액이 너무 적다는 점을 고려하여 결국 협상 끝에 계약금액을 2배 가량 증액시켜 주고 지체상금도 면제해주고 납기도 조정해 주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그리하여 복수기진공펌프의 제작납품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었다. 미국의 조그만 업체에 발주된 복수기진공펌프..... 한전/한기의 서류요건도 대단했지만 Unique사의 막무가내 땡깡도 대단했다. 그 과정에서 애꿎게 내가 Unique사로부터 말 못 할 수모를 당하기도 하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