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회사를 떠나서

97. 한전주식은 장물(臟物)이다.

Thomas Lee 2023. 12. 22. 01:44

한전주식은 장물(臟物)이다.

 

1961년 7월 1일 설립된 한국전력주식회사는 정부가 주식 51%를 보유하는 국영기업 주식회사였다. 그런데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정권은 한국전력공사법을 만들고 민간이 보유한 한전주식을 전부 매입하여 100% 정부소유의 한국전력공사를 1981년 1월 1일부로 발족시켰다. 그런데 그렇게 한국전력공사체제를 유지하다가 1988년에 노태우 정권에 이르러 정부보유주식 가운데 극히 일부를 우리사주 형태로 직원들에게 유상분배 하였고 이어서 상당부분을 민간에 매각하였다. 그리고 그 무렵 한전 주가는 주당 3만원을 조금 넘는 시세를 형성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신군부의 민간주식 100% 강제매입과 한국전력의 공사화는 횡포였고 그 후에 다시 정부보유주식을 민간에 매각한 것은 국유재산법 위반행위라고 할 수 있다.

 

공사(公社)는 민간주주가 없어야 한다. 그래서 전두환 정부가 주식 100%를 매입하여 공사로 만든 것이다. 공사는 민간주식이 없으니 주주의 이익을 위하여 영업활동을 할 이유가 없고 따라서 정부의 정책에 따라 정부가 임의로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중 한전주식을 내다 팔고 외국인 투자자에게까지 팔아먹은 것은 일종의 사기다.

 

노태우 정부가 1988년에 주식을 민간에 매각하려면 이왕이면 49%를 매각하여 1961년 7월 1일로 되돌려서 한국전력공사(公社)를 정부가 주식 51%를 보유하는 박정희 때의 국영기업 한국전력주식회사(株式會社)로 환원시키는 옳지 않았을까? 한국전력공사법도 폐기하고 말이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전력을 손에서 놓을 생각이 없었고 그래서 한전을 공사로 유지하면서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국민주’니 ‘우리사주’니 하는 이름을 붙여 주식일부를 민간에 매각하고 대부분의 주식은 여전히 산업은행 등을 통하여 정부가 보유함으로써 공사도 아니고 주식회사도 아닌, 어정쩡한 “주식공사(柱式公社)”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어정쩡한 “주식회사도 아니고 공사도 아닌 한국전력”과 여전히 움켜쥐고 있었던 정부보유주식은 훗날 김대중 정권에게 “댕큐”, 횡재, 전리품이 되었다.

 

김대중 정권은 IMF경제위기 극복을 이유로 정부보유 주식 상당부분을 해외에, 뉴욕증시에 매각하였다. 1999년 3월 26일에는 또다시 정부보유주식 3,140만 주를 DR당 12달러(1주에 2 DR)로 24달러(그러니까 원화로 3만원 가량)씩, 7억 5,360만 달러에 팔아치움으로써 정부보유지분이 53.19%로 떨어져 더 이상 팔아먹을 수도 없게 되었다. 그러자 한국전력을 쪼개어 팔아먹으려는 계획에 착수하였다. 법을 어기고 한전주식을 도적질하여 뉴욕증시에 내다 팔다가 아예 한전을 일곱 토막 내어 푸줏간에 매단 것이었다. 또 국내증시를 개방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전 주식을 대거 매입하였다. 뉴욕증시의 투자자 관리와 홍보는 한전 뉴욕지사의 주요업무가 되었고 뉴욕지사는 이 업무를 IR(Investors Relationship)이라고 불렀다.

 

내가 그 정확한 수치를 알지 못 하지만 그렇게 해서 2000년대 초반 뉴욕증시와 국내증시를 합하여 한국전력 주식의 외국인 보유지분은 40% 가까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금 한국전력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2023년 10월 현재 한국전력의 납입자본금은 약 3조 2천억원이고 주식보유지분은 한국산업은행이 32.9%, 외국인 31.32%, 정부 18.2%, 기타 10.51%, 국민연금공단 7.07%로 되어 있다. 약 40%에 달하던 외국인 지분이 31.32%로 떨어진 것은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과 신재생이 추진되던 2017년부터 2022년 기간 중 실망한 외국인투자자들의 한전주식 매도에 따라 외국인지분이 대폭 감소하였기 때문이라는 통계도 있다.

 

원자력에 힘입어 1990년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급성장하고 가장 재무구조 건실한 세계최고의 전력회사로 평가 받으며 1996년에는 에디슨 경영대상까지 수상하고 뉴욕증시에서 센츄리본드를 발행할 정도로 각광받던 한국전력은 IMF 경제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견실한 재무구조와 성장가능성으로 촉망받는 전력회사였다. 그러나 국유재산법에 따라 한전주식은 뉴욕증시에 상장되거나 매각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보존(?)된 주식을 김대중 정권은 뉴욕증시에 DR 방식으로 주당 24달러에 매각하였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전력의 주식을 사들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때만 해도 한전의 주가는 주당 3만 수천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전력산업을 주도하고 전기요금을 통제하는 한국전력의 주식가치는 내내 제자리에서 맴돌았고 2017년부터는 문재인 정권이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며 한전이 대규모 적자를 내자 급격히 추락하여 지금은 1만 6천원대로 떨어져 있다.

 

IMF경제위기를 기화로 개방된 한국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의 주식은 수 십 배 올랐다. 그러나 한국전력 주식은 거꾸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투자로 세워지고, 주주들의 소유이고, 주주들의 이익을 위하여 영업활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한전의 경우는 그렇게 하지 않으니 자유경제시장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한전의 경영전반을 통제하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한국전력을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지원에 동원하고 한전공대까지 만들도록 하고 있으니 한국전력은 기업도 아니고 주식회사도 아닌 정부기관이나 다름없다 할 것이다. 미국의 투자자들이 왜 주식회사도 아닌 한국전력 주식에 돈을 넣어놓고 한국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이용당하며 이익을 희생해야 하는가? 한국정부는 왜 주식회사도 아닌 한전의 주식을 주식회사라고 속여서 뉴욕증시에 갖다 팔았는가? 그러므로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정부에 그 시정과 손해보상을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전력이나 한국정부에 시정을 요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왜 그럴까?

 

그렇다. 국유재산법의 문제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때 제정된 국유재산법에 의하면 정부의 보유주신은 매각이나 처분이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정부보유 주식을 매각하였다. 뉴욕증시에다 갖다 팔았다. 무슨 짓을 한 것인가? IMF 경제위기라지만 엄연히 그것은 범법행위였고 국유재산 도적질이었다. 뒤늦게 깨달은 김대중 정부는 나중에 국유재산법을 고쳤다. 그렇다고 범죄가 없어질까? 외국인투자자들은 김대중 정권이 범법행위로 팔아먹은 한국전력 주식을 취득한 셈이고 장물취득을 한 셈이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한국전력이나 한국정부에 대하여 주주로서의 이익을 주장하거나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범죄에 의한 습득물, 곧 장물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물을 반환해야 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모든 투자자들로부터 주식을 걷어 들이고 돈을 되돌려주어야 맞다고 본다. 그리하여 일단 한국전력을 공사(公社)로 회복시켜야 한다. 주식을 도로 사들일 돈이 없다고? 이놈들아, 그 돈 다 어떻게 했기에 없다는 거냐? 어디다 썼는지 밝혀라. 대한민국 정부는 김대중 정권이 불법적으로 팔아먹은 주식을 모두 회수하여 한국전력공사를 공사로 원상회복 시킨 다음 탈원전을 하든 신재생을 하든 한국전력을 갈아먹든지 말아먹든지 할 일이다.

 

또 앞으로의 원자력 대책을 생각해 본다. 2019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레이트를 방문하여 바라카 원전을 수주한 이후 15년 가까이 새로운 해외원전 수주가 없었다. 한 동안 영국 무어원전과 체코의 원전수주를 추진하였지만 무위에 그쳤다.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이 결정적으로 한국형 원전의 해외진출의 발목을 잡아 버렸다. 그리고 이제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을 탈피하고 폴란드, 사우디 같은 곳에 원전을 수주할 것 같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하지만 원자력산업기반이 무너지고 기술인력들이 흩어져버린 상황에서 막대한 적자에다 200조원 넘는 부채를 걸머진 파산상태나 다름없는 한국전력이 해외원전을 수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느 은행, 어느 금융기관이 한전을 재정보증하고 금융지원을 해 줄 수 있겠는가? 어느 나라가 일곱 토막으로 쪼개진 한전, 200조원의 부채를 걸머진 한전에 자기네 나라의 원전을 맡길 것인가?

 

이런 점에서도 원자력과 수화력 건설분야라도 먼저 민영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삼성전자 같이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새로운 사업분야, 미래의 먹거리를 찾고 있는 민간기업들에게 원자력, 수화력 건설과 해외진출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 십 년 동안 민간기업들이 중동과 동남아 등 해외에서 해수담수설비, 발전설비, 댐, 도로, 교량, 주택 등 건설사업을 해왔다. 오히려 한국전력이나 한국수력원자력 보다 훨씬 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동철 사장에 의하면 막대한 적자와 부채에 허덕이는 한국전력은 자구노력을 한다고 한전본사조직을 20% 줄이고 2026년까지 인원 700명을 감원한다고 한다. 8본부 36처를 6본부 29처로 줄이고 한전KDN 주식 20%를 매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쥐어짜기로 얼마나 경영개선이 이루어질까? 그리고 8본부 36처라니, 한전의 조직이 언제 이렇게 늘어난 것일까? 2000년에 김대중 정부가 한전을 일곱 토막으로 쪼개놓으니까 팔다리 다 잘린 한전에서 그 동안 팔다리가 도로 생겨나고 다시 자라난 꼴이다. 잘려나간 여섯 토막 팔다리들에게도 각각 머리와 몸통이 돋아나서 자랐겠지. 한전과 자회사들은 도로 합쳐야 한다. 지금처럼 여러 토막으로 쪼개어져서 한전도 살아 꿈틀거리고 자회사들도 살아 꿈틀거려야 하는 구조, 한전도 이익을 남겨야 하고 자회사들도 이익을 남겨야 하는 구조로는 안 된다.

 

그리고 한국전력은 궁극적으로 민영화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경제개발을 위하여 민간삼사통합으로 국영기업 한국전력을 만들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니 이제는 자유시장경제원칙에 따른 주식회사로 돌아가야 한다. 앞서 지적한대로 법을 위반하여 매각되었던 정부보유주식은 일단 회수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정부보유주식을 매각하여 국민에게 되돌려야 할 것이다. 국유재산법은 이미 김대중 정권이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놓았으니 정부가 정부보유주식을 매각하는데 장애는 없을 것이다. 한전이 47조원의 적자를 내고 200조원의 부채를 걸머졌다면 최대주주인 정부는 모든 책임을 지고 모든 주식을 매각하고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정부는 그 돈 아까워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한전이 그 동안 벌어온 재산을 전기요금 억제정책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환원하였다고 여기면 될 테니까 말이다. 한국중공업도 적자가 나고 경영위기가 닥칠 때마다 민영화를 한다고 법석을 떨었다. 이제 한국전력이 민영화되어야 할 차례다. 그리고 주식을 최대한 인수하는 재벌그룹이 경영권을 갖는 방식으로 민영화가 가능할 것이다. 스패코 컨소시엄 같은 듣보잡 들러리를 세워 두산그룹에 헐값불하 하는 식으로 한국전력을 민영화하지는 못 하겠지.

 

이제 한국전력은 진정한 주식회사로 거듭나야 한다. 더 이상 한전을 정권의 도구로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퇴역군인이나 선거공로자, 정치인을 사장으로 앉히고 선거캠프 인사를 감사로 내리꽂고 고위관리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는 일이 가능해서는 안 된다. “월성1호기 언제 영구정지시킬 거냐?”, “너 죽을래?” 같은 깡패짓이 가능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공약이라고 한전공대를 세우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을 만들어 한전을 엉뚱한 목적에 동원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전력은 국민에게 되돌려져야 한다.

 

아, 그리고 나 같이 한전에 청춘을 바친 사람의 노고는 보답 받아야 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값싼 전력요금을 누려온 국민들이나 우리의 피땀으로 그렇게 성장시켜온 거대한 한국전력을 인수하는 기업이나간에 “재직기간중 발생한 채권채무를 정산하여 한시퇴직금”을 우리에게 지급해주어야 옳을 것이다. 한국전력은 무주물(無主物)이 아니다. 우리가 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