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영광 3,4호기, 울진 3,4호기

62. 원자로격납건물 천장 크레인

Thomas Lee 2022. 12. 19. 15:24

원자력발전소에는 둥그렇고 거대한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있다. 원자로계통 설비들이 들어있는 원자로격납건물이다. 이 건물이 원전의 핵심이요 상징이다. 팔뚝만큼 굵은 철근들이 빼곡하게 들어가고 고강도 콘크리트가 타설된 두께 1.2미터에 달하는 이 건물벽체는 팬텀기가 충돌하여도 팬텀기가 증발해 사라져버릴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견고한 건물이다. 게다가 벽체 안에는 팔뚝보다 더 굵은 강철와이어로프들 백 수십 가닥이 건물 전체를 꽁꽁 싸매고 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개시되고 얼마 후인 3월초, 러시아군은 자포리자 원전을 포격하였는데 원전 핵심시설을 포격하지는 않고 주변설비와 시설들을 공격하였다. 만일 원자로격납건물을 직접 포격하였다면 원자로격납건물이 파괴되었을까? 자포리자 원전의 격납건물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한국의 원전 같다면 포격 정도로는 끄떡없을 것이다. 원전의 건물들은 엄청난 철근과 강화콘크리트로 축조된다. 특히 원자로격납건물은 대포로 똑같은 자리를 수십 번 반복해서 포격한다고 해도 작은 구멍조차 내기 어렵다고 한다. 5.4톤 트럭에 909킬로그램의 TNT를 싣고 원전 격납건물에 부딪치며 폭발한다고 가정하면 겨우 2.73mm 패이는 경미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실험인지 계산결과도 있다.

 

나는 5년 동안 영광원자력 1,2호기 건설현장에 있으면서 건설중이던 격납건물에 수없이 들어갔다. 밖에서 보는 것 보다 안에 들어가서 보면 격납건물은 더욱 웅장하고 거대하다. 격납건물의 둥근 돔 천장은 까마득하게 높았고 그 천장 아래에는 거대한 천장크레인(Polar Crane)이 설치되어 있다. 그 천장크레인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얼마나 높은지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 천장크레인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같은 수백 톤짜리 중량물을 들어올릴 수 있는 용량을 가지고 있고 격납건물 안쪽 벽에 설치된 레일 위를 따라 빙빙 돌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Polar Crane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영광 1,2호기 격납건물 천정크레인(Polar Crane)에 올라가도 거기에서 다시 격납건물 천장에 다다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크레인 위에서 천장까지는 아직도 15 미터가 넘는 아득한 높이가 남아있었다. 영광 1,2호기 뿐 아니라 그 때까지 건설된 고리 1호기, 고리 2호기, 고리 3,4호기도 다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격납건물 천장에는 여러 개의 밝은 조명등들이 달려 있고, 비상살수배관들이 붙어 있고 또 수 십 개의 비상살수 노즐들이 달려 있었다. 조명등이 꺼지면 전구를 갈아 끼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수 십 개에 달하는 비상살수노즐들을 점검하고 보수하는 것이었다.

 

천장에 붙어있는 비상살수계통(Emergency Spray System)은 만일 원자로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건물 천장으로부터 붕산수를 내리 퍼부어서 온도를 낮추고 사고를 수습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안전설비이다. 원전에서 실제로 이런 사고는 평생 일어나지 않는다. 원자력 역사상 딱 한 번, 1979년 미국 드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에서 운전원의 착오로 냉각수 밸브를 열지 않아 원자로가 과열되고 핵연료튜브가 녹는 노심용융사고가 일어났다. 그 때 이 비상살수계통이 물을 뿜어 원자로용융사고가 더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내었다. 그러나 그 사고로 인하여 미국 원자력위원회(US NRC)가 온갖 추가설비를 설치하도록 요구하고 원자력안전요건을 엄청나게 강화하는 바람에 건설비용이 폭증, 건설중이던 원전들이 건설을 중단하고 전력회사들이 원전건설을 포기하는 바람에 미국의 원전건설이 수십 년 동안 중단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 한국은 그 까다로운 미국 원자력위원회(US NRC)가 요구하는 안전요건들을 반영해 가면서 원전건설을 계속하였고, 결국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안전한 한국형원전을 설계해 내었고, 아랍에미레이트(UAE) 바라카에 한국형원자로 APR-1400을 건설, 수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아무튼 원자로격납건물 천장에 설치된 비상살수계통이 붕산수를 퍼붓는 실제상황이 드리마일 원전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엄청나게 강화된 안전요건과 추가된 안전시설들 때문에 이런 사고는 이제 백만년, 천만년에도 한 번 일어날 수 없는 가상사고가 되었다. 즉 지금 모든 원전들은 이러한 가상사고가 만에 하나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비상살수계통 등 각종 수많은 안전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원전 가동중에는 가동중검사(PSI)라 하여 해마다 핵연료교체재장전 때에 이러한 안전설비 계통들을 점검하고 시험운전하여 언제든지 작동할 수 있게 준비시켜 놓도록 되어 있다. 일어나지도 않을 사고를 위하여 말이다.

 

원자로격납건물 역시 사실 평생 일어나지도 않을 가상사고를 대비한 건물이다. 1.2 미터 두께의 무지막지한 강화철근콘크리트 건물은 만에 하나 원자로 사고가 일어날 경우 방사능물질이 외부로 나가지 못 하도록 차폐하는 역할을 한다. 격납건물 콘크리트 벽 내면에는 두께 6 밀리미터의 철판이 벽지, 도배지처럼 부착되어 기밀을 유지한다. 드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사고 때 외부로 방사능물질이 전혀 누출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격납건물 덕분이다. 격납건물 안에서 붕산수가 퍼부어지고 증기가 발생하였지만 격납건물이 이걸 꽁꽁 차단했기 때문이다.

 

건설 막바지에 격납건물이 완성되면 대형 공기압축기를 몇 대나 동원하여 격납건물에 승용차 타이어 압력 보다 훨씬 더 높은 4기압으로 공기를 빵빵하게 채워놓고 기밀이 유지되는지 여부를 시험하는 ILRT 시험을 한다. 백만년, 천만년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을 사고를 위하여 말이다.

 

그런데 2017년에 영광 4호기 격납건물 벽체 내부표면을 따라 공기가 빠지지 않아 생성된 공극들이 발견되었다. 콘크리트 타설 때 공기주머니(기포)들이 거푸집 내부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건 시공자의 부주의와 실수 때문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벽체에 공기주머니(기포)가 남아 있다고 해서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공기주머니(기포)들이 건물벽체의 강도를 심각하게 저하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건물이 이미 4기압의 압력으로 기밀시험을 하여 안전성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공극은 콘크리트 그라우팅으로 메워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러나 반핵단체들과 언론들을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격납건물에 구멍이 숭숭 뚫어졌다느니, 가로 3,3미터 세로 97센티미터 깊이 157센티미터의 커다란 동굴이 있다느니 하면서 금방이라도 격납건물이 깨어지고 방사능이 터져나올 것 처럼 난리를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5년이 넘도록 영광 4호기와 영광 3호기는 가동되지 못 하였다.

 

반핵언론들은 떠들었고 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 때다, 잘 걸렸다.’는 듯이 원전을 세워놓고 추가공극을 찾는다고 조그만 초음파탐지기로 거대한 벽체표면을 ‘세월아, 네월아.’조사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한수원이 정밀조사를 하고 해외전문기관의 안전성평가를 거쳐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네 차례나 얻었음에도 원안위는 이를 외면하고 원전을 5년이 넘도록 세워놓고 ‘원전 안 돌리기’놀음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LNG 발전소들에서는 카타르에서 사온 LNG를 때서 하늘로 펑펑 날리고 있었다. 거기에다 원전을 40년만 돌리고 영구폐쇄하겠다니 이런 식이라면 영광 3,4호기는 불과 20여년 운전하고 영구폐쇄 되는 셈인 것이다. 이것은 경제성 조작으로 월성1호기를 폐쇄한 것보다 더 악한 일이었다.

 

곁길로 샌 이야기가 좀 길었다. 아무튼 문제는 그런데 작업인원이 격납건물 천장에 도달할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해마다 핵연료교체 재장전 시기가 되면 크레인 거더(Girder) 위에다 족장목(Scaffold)을 10미터 넘는 높이로 아슬아슬하게 쌓아놓고 거기에 사람이 올라가서 장대 끝에 헝겊이나 종이를 달아서 노즐에 갖다 대어 바람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를 확인하고 배관계통의 행거들이 이상 없는지 쇠막대로 두들겨보고 또 전등을 교체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 아래에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등 온갖 중요설비들이 있는데 말이다. 참 위험천만한 작업인 셈이다. 원전 운전중에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었다. 건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건설막바지에는 기계부, 배관부, 전기부, 계측제어부가 격납건물 천장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천장크레인과 족장목을 서로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이곤 했다. 내가 영광 1,2호기 건설현장에 있을 때도 그랬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영광 1,2호기 준공 후 1988년, 나는 본사로 올라가서 영광 3,4호기 주기기 터빈발전기 업무를 두어 해 담당하다가 1991년엔가 순환보직방침에 따라 부서를 옮겨 보조기기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게 맡겨진 여러 보조기기 품목 중에 격납건물천장크레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영광 1,2호기에서는 EDERER라는 미국업체가 제작하였는데 영광 3,4호기에서는 국산화품목으로 분류되어 한국중공업(지금 두산중공업)이 공급계약자가 되어 있었다.

 

당시 원자력건설처장님은 허S씨였다. 허 처장님은 울진 1,2호기 현장에서 건설소장님으로 건설을 지휘하신 분이었다. 그 허 처장님께서는 “울진 1,2호기에서는 격납건물천장크레인에서 천장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설비가 되어 있는데 그 보다 후속기인 영광 3.4호기에는 격납건물 천장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크레인 위에 족장목을 쌓는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 크레인에 사다리를 달든지 무슨 설비를 붙이든지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하셨다는데 그 지시가 있은 지 1년이 넘도록 아무런 방법을 못 찾았다는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만일 크레인에다 사다리나 설비를 추가한다면 크레인의 설계가 바뀌고 격납건물의 설계도 영향을 받고 내진설계와 안전성검증이 불가능하게 되고 발전소설계가 근본적으로 뒤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담당과장(이JJ과장)이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않다가 내가 부임할 때 슬며시 그 골칫덩어리를 나에게 떠넘긴 것이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보니 여간 일이 아니었다. 발전소설계단계라면 격납건물 설계를 다시 하든지, 크레인 설계를 다시 하든지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설계가 다 끝나고 격납건물 시공도 한창 진행중이고 크레인도 제작중인데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어쩐지 해결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한참을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바로 그거다!” 내가 착안한 것은 바로 격납건물천장크레인에 설치된 350톤 짜리 트롤리(Trolley)가 두 대라는 사실, 그리고 그 중 한 대는 원자로 및 증기발생기 같은 500톤이 넘게 나가는 초중량급 기기가 모두 설치된 다음에 철거되어 다음 호기로 이동한다는 사실이었다. 즉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같은 중량물 설치가 끝나면 트롤리는 한 대가 철거되고 한 대만 남게 되는 것이었다.

“맞다. 그 트롤리 한 대를 철거한 자리에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사다리를 설치하는 거다. 그렇게 되면 설계나 내진설계검증에 영향을 주지 않고 해결할 수 있겠다.”

 

나는 한기(KOPEC) 설계담당자를 만났다. 한국중공업 실무책임자도 만났다. 그리고 350톤 거더 한 대가 철거되는 자리에 접이식 사다리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한기 실무자는 난색을 표명하였다.

“그건 말도 안 됩니다. 그렇게 설계가 바뀌면 발전소 설계가 다 바뀌어야 합니다. 격납건물과 천정크레인의 내진설계와 안전성검증을 다시 해야 합니다.”

나는 그를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이 보세요. 트롤리 두 대 중 한 대를 철거하는 자리에 그 보다 작고 가벼운 박스를 설치하고 그 안에 접이식 사다리를 넣어두자는 겁니다. 운전중에는 박스 안에 얌전히 들어 있다가 발전소 정지, 핵연료교체 정기점검보수 때 펴서 사용하는 겁니다. 그게 어째서 설계와 내진설계검증에 영향을 준다는 겁니까?”

그는 쉽게 승복하지 않았다.

“그것은 전혀 다른 새로운 설계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설계변경은 불가능합니다.”

요지부동이었다. 몇 시간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를 설득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도 물러설 수가 없었다. 며칠 생각을 해보라고 그를 돌려보내놓고 며칠 후 이번에는 내가 그를 찾아갔다.

“좀 생각해 보셨습니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설계변경은 안 됩니다.”

나는 그를 여러 가지 이야기로 예를 들어가며 설득했다.

“보세요. 족장목은 크레인 위에 설치해도 되는 겁니까?”

“족장목이야 상관없지요 그건 발전소 정지 때 하는 작업이지 않습니까?”

“그래요. 맞아요. 발전소가 정지된 상황에서 족장목은 설계대상도 아니고 내진설계검증 대상도 아니지요. 그럼 발전소 정지 때 족장목 대신 사다리를 크레인 위에 올려놓고 작업하는 건 안 되나요?”

“그야 당연히 문제없겠지요. 발전소 정지 상태니까.”

“그럼 또 여쭤 봅시다. 격납건물과 격납건물 크레인은 350톤 트롤리 한 대를 기준으로 설계된 겁니까, 두 대를 기준으로 설계된 겁니까?”

“당연히 두 대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지요.”

“그럼 그 중 한 대를 철거하면 설계에 영향을 주는 변동요인이 되겠네요. 절대로 철거하면 안 되겠네요. 설계 다시 해야겠네요.”

“아니, 무슨 그런...?”

“그 트롤리 한 대를 철거한 자리에 작은 물체를 올려놓는다면 설계변경이니까 설계 다시 해야 합니까?”

“아니지요. 그건 아니지요.”

“그럼, 트롤리 보다 가볍고 작은 박스를 만들고 그 안에 물건을 넣어둔다면, 예를 들어 모래나 공구박스 같은 걸 넣어둔다면 이것도 설계에 영향을 주는 변경일까요?”

“.........”

“그런 방식으로 접이식 사다리를 만들어 올려놓고 운전 중에는 접어서 넣어놨다가 발전소 정지 때 꺼내어 펴서 사용하는 게 왜 안 된다는 겁니까?”

 

며칠 계속된 설득 끝에 결국 그는 나의 아이디어를 검토하는데 동의하였다.

“트롤리 한 대가 철거된 자리에 다른 작은 설비를 설치할 경우 내진설계에 영향이 있는지 여부를 싸전트 앤 런디사와 함께 면밀히 검토한 다음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두어 주가 지난 다음 한기 실무자는 싸전트 앤 런디사 기술진과도 협의, 검토를 하고 설계와 내진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연락을 해 왔다. 나는 한기와 싸전트 앤 런디사의 기술검토가 끝나고 설계 절차상 필요한 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려 한국중공업에 접이식 사다리 추가를 지시하였다.

“트롤리 자리에 트롤리와 같은 모양으로 박스 구조물을 추가하고 그 안에다 죽 뻗치면 격납건물에 충분히 닿을 수 있는 버킷을 단 접이식 사다리를 설치해서 공급해 주시오.”

물론 크레인 설계도면 개정과 추가금액, 필요한 계약변경조치도 이루어졌다.

 

그렇게 해서 영광 3,4호기 격납건물 천장 폴라크레인에 접이식 작업용 버킷 사다리가 추가되어 공급, 설치되었다. 실로 기가 막히는 해결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의 이 아이디어는 그 후로 울진 3, 4호기, 영광 5, 6호기, 울진 5, 6호기 등 후속기에도 채택되어 계속 적용되었다.

이제 크레인 위에다 족장목을 10미터 이상 쌓아야 하는 위험천만한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작업인원이 버킷 속에 들어가 사다리를 주욱 뽑아 올리고 격납건물 천장 어느 지점이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건설막바지에 격납건물 상부작업이 한결 수월해지고 안전해졌다. 부서들 간 폴라크레인, 족장목 쟁탈전도 없어졌다. 건설공정단축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발전소 가동중 검사도 한결 빨라지고 쉬워졌을 것이다.

 

나는 1998년 한시퇴직으로 떼밀려 나왔지만 나의 그 아이디어는 한국형 표준원전들, 신고리 1,2,3,4호기, 신한울 1,2,3,4호기, 그리고 아랍에미레이트(UAE) 바라카 원전 1,2,3,4호기에도 계속 적용되었다.

원전을 하루 먼저 준공하느냐 여부에, 또는 원전의 핵연료교체기간을 하루 더 줄이느냐 여부에 하루 백만 달러 2백만 달러가 왔다 갔다 한다. 나의 이 간단한 아이디어로 크레인 위에다 족장목 작업대를 쌓아올리고 하는 위험한 작업에 소요되는 작업일수를 줄이는 만큼 경제적 이득이 되었을 것이다. 또 안전에도 크게 기여하였을 것이다. 그 이득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나 될까? 내 아이디어가 원전의 핵연료교체재장전으로 인한 정지일수를 이삼일 가량만 줄였더라도 원전 1기마다 한 해 약 50억원씩, 20 기면 해마다 약 1,000억 원씩의 경제적 이득을 가져왔다는 계산이 되는데.......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탈원전정책으로 고리 1호기를 영구폐쇄하고 월성 1호기를 경제성조작으로 폐지하고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하려다가 마지못해 진행하게 하고 후속기 부지를 모두 취소해버리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지시켜버리는 만행을 서슴없이 해치웠다. 뿐만 아니라 운전중인 원전들을 어떻게든 돌리지 못 하도록 원안위를 시켜 훼방하고 핵연료교체재장전기간도 대폭 늘였다. 45일에서 50일이면 끝날 핵연료교체재장전기간을 ‘철저한 안전’을 이유로 두 배로 늘려 90일, 100일 동안 하도록 하여 원전을 세워놓도록 만들었다. 마치 원전이 흉측한 괴물이고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가 없애야 할 몹쓸 물건이라도 되는 듯이....

 

그러므로 나의 격납건물 천장크레인 사다리 아이디어는 문재인 정권에게는 달갑지 않은 물건, 도움이 안 되는 물건인 셈이다. 45일, 50일에 끝내야 할 핵연료교체작업을 90일, 100일 동안 ‘세월아, 네월아,’ 하려면 족장목 쌓고 천천히 작업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원전들을 한 해 50일씩 추가로 세워놓고 그 대신 LNG 사다 때어서 원전 1기당 50일 동안 1,000억원씩을 날려먹고 있다. 핵연료교체재장전기간을 원래대로 45일, 50일로 끝내면 허비하지 않아도 될 수조 원씩이 해마다 LNG 연기로 풀풀 날라 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LNG 가스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으니 그 손실금이 도대체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이러고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면 기적일 것이다.

 

막상 나는 그 버킷 사다리나 또 그 버킷 사다리로 작업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본사에 근무하다가 뉴욕사무소로 전근 가는 바람에 건설현장에 가 볼 시간도 없었다. 나중에 건설현장에 있던 동료로부터 그 사다리를 참 요긴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궁금하고 보고 싶다. 잘들 쓰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