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67번지 한국전력공사 사옥, 아담한 20층짜리 건물은 맞은 편 54층짜리 무역회관 건물이 워낙 높아 좀 찌그러들긴 했지만 소나무와 대나무, 잔디밭, 한전인상 청동조각상, 인공폭포와 인공조형물들로 제법 운치 있는 정원을 갖추고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이 건물은 밤늦도록 불이 꺼질 줄 모르는 건물이다. 한전이 전기 만드는 회사라 전기 하나는 풍족하게 쓴다는 걸 보여주려고 켜놓은 건 아니었다. 한전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保安)이다. 북한과의 대치상황에서 철통같은 방위태세는 국군장병만의 것은 아니다. 모든 직원은 퇴근할 때 책상 위의 모든 서류를 종이 한 장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치워 캐비닛에 집어넣어 잠그고 쓰레기통의 휴지조각까지 말끔하게 치우고, 전등과 컴퓨터 등 모든 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