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서울생활, 본사생활이 시작되었다. 홀아비 도시락 싸들고 아리조나 사막길을 달려 건설현장으로 가다가 이제 아내가 지어주는 밥을 먹고 잠실에서부터 버스가 내뿜는 매연을 마시며 회사로 출근하는 그 생활로 돌아간 것이었다. 본사는 그 때 청담동 경기고등학교 맞은 편 한라빌딩에 입주해 있었다.
그 무렵 고리 3,4호기 건설공사는 중반에 접어들어 한창 진행중이었고 영광 1,2호기 공사는 초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고리 1호기 복수탈염설비는 내가 귀국하기 얼마 전인 1982년 6월말 30개월 공사기간 계획대로 완성되어 계통에 성공적으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내게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대우엔지니어링 염B 상무님이 내가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서 보고(?)를 해 주셨다.
“고리1호기 복수탈염설비는 참 잘 됐어요. 기존계통 배관을 잘라내고 연결하는 거라 좀 걱정이 되었지만 전혀 문제없이 스무스하게 운전이 되었어요. 다 이계장님 덕분입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한국중공업이 발전설비를 독점하니 앞으로 대우엔지니어링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염B 상무님을 그 뒤로 다시 뵌 적이 없다. 다시 40년이 지났으니 살아계신다면 지금 백세 가까이 되셨을 텐데......
나는 원자력건설부로 발령받아 기전공사 2과로 배치되었다. 과장님은 박 과장님이었고 계장은 나를 포함하여 다섯 명인가 그랬고, 직원은 열 두어 명 되었던 것 같다. 해외훈련을 받고 온 사람은 현장으로 배치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나는 특별히 본사로 발령을 했다고 했다. 기전공사 2과가 하는 업무는 영광 1,2호기(당시에는 원자력 7,8호기라고 했다.)의 보조기기 구매 기술업무였다.
여기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기자재에 대하여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원자력발전소 기자재는 크게 1) 원자로설비 계통, 2) 터빈발전기 계통, 3) 보조기기, 이렇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보조기기는 영어로 Balance of Plant, BOP, 곧 원자로와 터빈발전기를 뺀 나머지 모든 기기들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발전소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모든 기기들을 말하는 것이다.
독자님들께서 약간 머리가 아플 수 있지만 개괄적으로라도 이해해 두시면 좋을 것 같다.
영광 1,2호기는 고리 3,4호기를 거의 똑같이 그대로 복제(複製, Replication)하는 방식으로 건설하였다. 이렇게 하면 건설비용을 엄청나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리 3,4호기와 영광 1,2호기 건설은 크게 볼 때,
- 원자로설비 계통 설비들은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가 공급하고
- 터빈발전기 계통 설비들 역시 웨스팅하우스가 공급하고
- 그 외 보조기기들은 한전과 벡텔사가 별도로 구매하여 건설현장에 공급하고
-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이 설치공사를 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 그리고 발전소 설계와 엔지니어링을 벡텔과 한기(韓技:한국전력기술)가 맡고
- 다른 부대설비나 핵연료, 비파괴검사 등이 또 별도로 추진되었다.
나중에 준공되었을 때, 내 기억으로, 건설공사비는 고리 3,4호기가 2조 1,500억원 가량 들었고, 영광 1,2호기는 약간 적게 2조 440억원이 들었다.
그러므로 원전 2기에 대략 2조원(1기에 1조원) 남짓 든 셈인데, 내게 그 내역자료가 없으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 기억으로 대충 나눈다면 웨스팅하우스의 공급이 원자로설비계통과 터빈발전기계통을 합쳐서 전체 공사비의 30% 정도(원자로설비가 20%, 터빈발전기가 10%), 보조기기가 25%, 현대건설의 시공 25~30%, 설계 및 엔지니어링이 10% 남짓, 기타 5~10%, 이렇게 대충 나누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화력발전소 발전원가에서는 연료비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지만 원자력발전소 발전원가에서는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0% 정도로 낮다. 원자력발전소 발전원가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건설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건설비용을 얼마나 국산화하느냐에 따라 원자력발전소의 국산에너지화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이 고리 3,4호기와 영광 1,2호기의 공사비를 크게 대충 나누어놓고 보면 웨스팅하우스가 공급하는 부분은 거의 미국에서 제작, 공급되는 수입품이고 현대건설 시공은 거의 전부 국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보조기기를 얼마나 미국에서 수입하고 얼마나 국내에서 조달하느냐가 에너지국산화에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한전은 국산화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고 어떻게 하여 기술수준이 낙후된 국내업체들의 기술능력을 끌어올리고 후속기에서 더욱 국산화를 제고해 나갈 것이냐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국산화 의식은 원자력건설에 몸담고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한전과 벡텔사가 구매하는 보조기기에는 원자로계통과 터빈발전기를 뺀 나머지 모든 설비들, 즉 복수기, 급수가열기, 냉각수 펌프와 주급수펌프, 각종 압력용기, 온갖 배관자재, 다양한 펌프들, 수없이 많은 밸브들, 변압기, 분전반 등 전기설비, 수없이 많은 공기조화설비들, 열교환기, 보조보일러, 핵폐기물처리설비, 격납건물 관통구, 전선, 토목건축자재....., 등등, 그야말로 온갖 잡다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자재들이 포함된다,
그런데 당시 국내기술수준에 비추어 국산화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안전성에 관련되거나 민감하고 섬세하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기자재는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아직 대부분의 국내업체들이 기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품질관리에 대한 변변한 개념조차 없었고 ASME나 ASTM 같은 표준규격도 생소하였다.
그 당시 국내산업 기술기반이 취약하여 금속재료조차 제대로 생산되는 것이 없다시피 하였다. 포항제철이나 극동철강 같은 철강회사들도 일반강재나 구조강, 후판, 철근 위주로 생산하였고 특수강 제조시설은 전무하다시피 하였다. 따라서 국내업체들이 제작하는데 필요한 특수강재는 이태리나 스웨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여 사용하였고 밸브들도 대부분 해외에서 구입하여 사용하였다.
스테인리스강재 파이프도 삼미종합특수강에서 소구경으로 겨우 생산을 시작하였고 구리 파이프는 풍산금속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국내에서 대구경 파이프도 생산되지 않았고 파이프들을 주로 철판을 말아서 용접하는 방법으로 생산하였기 때문에 세로 용접이음매가 없이 통으로 만들어진 Seamless Pipe도 드물었다.
원자력은 아니었지만 화력발전소 건설부서에서 Seamless Pipe를 국내업체에 발주하였는데 그 국내업체가 폐기, 해체되는 선박에서 파이프를 뜯어내어 손질가공한 다음 한전에 납품하거나 Seam Pipe를 Seamless Pipe로 속여서 납품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적발되어 한바탕 난리가 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러나 또 이 무렵부터 삼진펌프, 삼신밸브 같은 국내중소기업들이 생겨나 소형펌프와 밸브 같은 부품들을 조금씩 만들기 시작하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래서 한전과 벡텔사는 보조기기들을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 Case I : 국내제작이 가능한 품목들
- Case II : 해외업체를 주계약자로 하되 국내업체를 참여시킬 수 있는 품목드
- Case III : 해외업체에 발주하는 품목들
이렇게 하여 점차 국내업체의 참여율을 높여나가고 국산화율을 제고해 나가는 것이 국가적 목표였던 것이다.
그런데 기술도 기술이지만 설비의 안전성 문제가 국산화율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된다.
원자력발전소는 공공의 방사성 안전성에 관한 한 절대적인 신뢰와 공개 원칙을 지켜야 한다. 말하자면 원자력발전소에서 무슨 설비가 고장 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이 공공의 방사성 안전과 관계없다면 귿이 공개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다만 사업주의 재산상 손실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 하더라도 그것이 방사성 안전성과 관계된다면 사업자는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원전의 모든 설비들은 방사성 안전성 관련여부에 따라 품질등급이 나누어진다.
- Q Class : 방사능 유출에 직결되는 설비들(원자로설비 및 관련 안전계통 설비)
- R Class : 방사능 유출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고도의 신뢰성이 필요한 설비들(터빈발전기, 주급수펌프 등)
- T Class : 그 파손이 방사능 관련설비들을 훼손 또는 파손시킬 수 있는 설비들(격납건물천정 크레인 등)
- IS Class : 일반공업표준품목들
이야기가 너무 딱딱하므로 설명은 이 정도로 해둔다.
아무튼 기전공사 2과에서 수행하는 업무는 주로 국내에 발주하는 Case I 품목들을 구매하는 일이었다. IS Class 품목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벡텔사가 미국에서 Case III와 Case I 품목을 구매하는 업무에 대하여 확인, 감독, 관리하는 일이었다.
벡텔사는 입찰에 응한 미국업체들의 입찰내용을 평가하고 평가보고서(Evaluation Report)를 청사진으로 만들어 우편으로 보내왔다. 그 평가보고서에는 각 입찰자들이 제시한 기자재들이 기술적 요건을 만족하는가, 문제가 없는가, 어떠한 특징을 가졌는가 같은 내용들을 기술하고 나서 입찰금액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입찰자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권고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러한 백텔사의 서신을 살펴보고 간략히 정리하여 보고하고 결재를 거쳐 벡텔사에 다음 단계의 조치를 진행하도록 통보하였다.
내가 고리 1호기 복수탈염설비증설공사 발주업무를 할 때는 벡텔사가 작성한 기술규격서를 한글로 번역하여 입찰안내서를 만들어야 했지만 이제는 국내업체들의 수준도 올라가 Case I 국내발주품목도 벡텔사가 작성한 영어로 된 기술규격서를 사용하고 있었다.
원자력건설부에서 내자부로 구매의뢰를 하면, 내자부는 국내업체들에게 입찰공고를 하게 된다. 아무 업체에게나 응찰자격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고 한전이 미리 국내업체들의 기술능력과 품질관리체제을 확인, 심사하여 자격을 부여(Supplier Qualification)하고 입찰업체등록부에 등록된 업체들이어야 한다.
내자부는 이들 등록업체들에게 입찰안내 통지를 하게 되고, 국내업체들이 보통 3개월 정도의 입찰기간 동안 준비하여 입찰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입찰서를 받은 내자부는 입찰금액을 봉한 봉투는 개봉하지 않고 보관해놓고 기술규격 입찰내용만을 원자력건설부로 보내오게 된다. 그러면 우리 기전공사 2과에서 각 입찰업체들의 기술입찰 내용을 검토, 기술적 적합여부를 판단하고 그 결과를 내자부에 다시 보내고 내자부는 기술검토에 합격한 업체들이 낸 입찰금액, 즉 보관해 두었던 입찰금액 봉투를 개봉하여 가장 입찰금액이 적은 업체를 최종 선정하여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러한 계약절차만으로 구매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제작과정에서 한전의 제작중간검사와 공장성능시험, 선적전 최종검사 등이 따르게 된다. 또한 계약후에라도 구매자가 설계변경을 요청하거나 물품을 추가, 혹은 삭제할 경우에 업체는 이에 따라야 하며 다만 합당한 계약금액의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 이야기는 기자재구매업무에 관한 너무 실무적 내용이라 이만 줄이고 내가 경험한 일들 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것 한 가지만 덧붙여 쓰고자 한다.
1982년 9월, 내가 해외훈련에서 돌아와 기전공사 2과에 발령받아 일할 당시만 해도 인터넷은커녕 팩시밀리조차도 없었고 미국의 벡텔사와의 통신은 주로 텔렉스에 의존하였다. 내가 담당한 보조기기 품목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M-611A”로 번호가 붙은 국내발주분 공기조화설비(Air Handling Units: AHU)였다. (M-611B로 분류된 안전등급 공기조화설비는 미국에서 발주되어 AAF: American Air Filter가 공급하였다.) M-611A 품목에는 온도조절기, 환풍기, 난방설비, 냉방설비, 습분제거기 등 다양한 공기조화설비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동흥전기(주)가 제작, 공급하게 되었는데, 그 계약금액은 당시금액으로 40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런데 공급계약이 체결되어 동흥전기(주)가 물품을 제작하는 도중에도 벡텔사의 발전소설계가 계속 진행되어 용량이나 싸이즈나 수량이 변경되거나 고리 3,4호기에서 설계가 변경되는 바람에 영광 1,2호기의 설계도 변경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였다. 그런데 벡텔사도 실수를 하는 때가 많았고 벡텔사가 통보해오는 설계변경내용이 이해되지 않거나 잘못된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이 품목의 담당계장인 나의 골치를 아프게 했다. 나는 벡텔사에 숱하게 많은 텔렉스를 보내야 했다. 품목 하나하나를 짚어가면서 설계내용을 확인하는 텔렉스 문안을 작성하여 결재를 받은 다음 타자원 여직원이 타이핑을 하고 이걸 텔렉스 기계에 걸어서 ‘타다다다다다.....“ 발송하거나 혹은 벡텔사로부터 오는 텔렉스를 ”들들들들....“ 받으면 영문활자가 찍혀서 나오는 노랑색 종이 길이가 2 미터, 3 미터가 넘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아마도 내가 주고받는 텔렉스가 우리 부서에서 가장 많고 길었을 것이다.
골치 아픈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벡텔사에서 200대에 가까운 공기조화설비를 추가한 것이었다. 우리는 벡텔사가 설계하여 추가한 공기조화설비들을 동흥전기(주)의 계약에 추가해야 해야 했다. 우리는 동흥전기(주)에 공문을 보내어 벡텔사가 추가한 공기조화설비들을 추가로 제작하여 납품할 것을 지시하였다. 문제는 계약금액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였다. 종류나 크기나 용량도 다양하고 싸이즈도 구구각색인 200 여대의 공기조화설비의 금액을 무슨 재주로 적정하게 산출해내어 계약금액에 추가한단 말인가? 과장님도 황당해 했고, 내자부도 어이없어 했고, 당사자인 동흥전기(주)는 더욱 당황스러워했다.
재무부회계규정이라는 법률이 있다. 정부투자기관이 물품을 구입할 때는 적정한 가격을 산출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기존계약금액을 기준으로 하거나, 물가자료를 참고하거나, 3개 이상 업체의 견적을 받거나, 원가계산을 하거나 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기존계약에도 없는 새로운 물품들인데다가 기존계약금액도 들쑥날쑥하여 도무지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공기업인 한전이 재무부회계규정에 따라 적정한 금액을 산출하지 않아도 문제이고, 공흥전기(주)에 피해를 주어서도 안 되고, 한전에 손해를 끼쳐서도 안 되는 것이다. 모두의 눈이 내게로 쏠렸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나는 얼마동안 생각하고 나서 그라프용지를 사와서 펴놓고 위로는 금액, 오른쪽으로는 용량을 표시해 놓고 기존계약품목을 공기조화설비 종류별로 그 계약금액을 점으로 표시해 나가기 시작했다. 역시 점들이 들쭉날쭉하여 그라프 용지에 밤하늘 별들처럼 분산되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어떤 중심선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 중심선을 잡아서 손으로 줄을 주욱 그어서 그라프 곡선을 만들었다. 누가 보아도 이 그라프를 보면 가장 적정한 금액이 얼마쯤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 그라프 곡선을 기준으로 200여 품목의 금액을 일사천리로 산정해 내었다.
과장님은 아무도 생각해 내지 못 한 기가 막힌 방법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차장, 부장님도 아무 이의 없이 결재를 하셨다. 내자부에 통지했더니 어떻게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느냐고 천재라고 감탄하였다. 혹시 손해를 볼까 걱정했던 동흥전기(주) 역시 신기해하고 고마워했다.
회사생활은 그랬고, 우리 가족의 생활은 또 변화가 있었다. 1년 전세기간이 만료되어 이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200만원짜리 주택청약부금을 부은 것으로 고덕동에 신축하는 주공아파트 18평형을 신청하여 당첨되었는데 계약금이 600만원 가까이 되었다. 나머지 400만원 가량을 더 납입해야 하는데 돈이 모자랐다. 그 때는 고향의 부모님 형편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손을 벌릴 수도 없었다. 생각다 못 해 아는 분에게 백만원만 빌려달라고 청했다. 그랬더니 그 분은 고맙게도 선선히 100만원을 보내 주셨다. 내가 해외훈련 갔을 때 알뜰하게 돈을 절약하여 모아 왔더라면 이런 때 얼마나 좋았을까?
돈은 겨우 마련하여 냈지만 고덕아파트에 입주할 때까지 2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우리 가족은 그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우리가 살던 15평 잠실 3단지 아파트에서 또다시 전세금을 올려주든지 나가라는 통지를 해왔고 우리는 그 근방의 아파트를 알아보았지만 그 돈으로는 도저히 아파트를 구할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 가족은 더 싼 아파트를 찾아 13평짜리 잠실시영아파트로 이사를 해야 했다.
나의 기전공사 2과 근무는 딱 1년이었다. 1년이 지나자 인사부서에서 해외훈련이수자는 건설현장에서 근무해야 한다고 이의제기를 하였는지, 나는 영광 1,2호기 건설현장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건설현장으로 내려가기 전에 쌍문동 연수원에서 초급간부교육 1주일 과정을 이수하라는 교육입소 발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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