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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이야기

Thomas Lee 2026. 3. 25. 14:07
나는 1969년부터 1979년까지(중간에 군대 3년 빼고) 10년 세월을 화력발전소에서 오퍼레이터(운전요원)로 일했다. “24시간 4조 3교대” 근무를 했기 때문에 세상이 다 깊이 잠든 깊은 밤을 발전소에서 많이 새웠다. 석탄, 증기, 열기, 온갖 기계들이 만들어내는 냄새와 소음, 석탄컨베이어 꼭대기에서 바라보던 영월 동강 산골짜기의 어두운 밤하늘과 검은 산들, 보일러 꼭대기 굴뚝 밑 공기예열기의 수트블로잉 작업을 하면서 내려다보던 부산 감천 동네와 감천만 바다의 불빛....... 나는 귀가 먹먹해지는 석탄미분기의 굉음 속에서 석탄가루를 마셨고 유리섬유 가루도 마셨으며 석면장갑을 끼고 뜨거운 버너를 다루었고 밸브를 돌리고 계기를 점검하고 발전소 안을 뛰어다녔다. 수은도 손으로 만져보았고 석탄가루, 아황산가스, 석면가루, 유리섬유먼지.. 많이 먹었다. 야근하면서 알루미늄 냄비에 삼양라면도 많이 끓여 먹었다. 그 때가 젊은 1970년대였다. (체내에 축적된 중금속과 알루미늄이 늙으면 암을 일으키고 치매를 일으킨다던데.......)
보일러는 석탄과 석유를 태워 섭씨 1,300~1,400도가 넘는 열을 낸다. 보일러 내부를 들여다보면 붉다 못 해 하얗게 보이는 화염이 지옥불 같이 이글거린다. 이 열로 보일러 속에 설치된 튜브 안을 흐르는 물이 증발되고 고온고압증기(섭씨 550도, 150 기압 정도)가 되어 증기터빈을 돌린다. 압력이 130기압이 넘고 온도가 섭씨 550도나 되는 증기가 흐르는 주증기배관 파이프는 보온재가 벗겨지면 밤에 벌겋게 보인다. 나는 그 뜨거운 파이프 곁에서 계기눈금을 읽고 밸브를 돌렸고 땀을 흘리며 발전소 구석구석을 뛰어다녔다.
몸이 에너지와 열을 얻는 것도 화력발전소나 내연기관이나 마찬가지로 지방이나 탄수화물을 태우는 것이다. 그런데 몸에서는 1,000도 넘는 고온이 발생하지 않는다. 고온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연소되지도 않아야 할 텐데 영양분이 산소와 화합하여(연소되어) 열과 에너지를 내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 생물학자들은 세포의 마이토콘드리아가 에너지와 열을 내는 발전소 역할을 한다고 말하지만 세포 한 개에 2,000개, 내지 3,000 개나 들어있는 그 작은 마이토콘드리아 발전소에서 어떻게 1,000도 넘는 열도 안 내고 그러한 반응들이 일어나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태양이나 수소폭탄에서 수소가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는 온도는 수천만도에서 1억 도에 달한다. 만일 수소핵융합반응을 이용하여 발전소를 만들 수 있다면 거의 무한정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반핵단체가 반대하는 원자력발전소나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수력, 화력발전소도 거의 불필요하게 될 것이고, 인류의 에너지난도 말끔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천만도, 1억 도의 온도에 녹지 않고 견디는 물질이 없으므로 현존 기술로는 핵융합로를 만들 수가 없다. 전기자기력으로 수소핵융합 핵을 공중에 띄우는 '토카막'이라는 방법도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지금의 기술수준으로 수소핵융합로나 인공태양은 아직 아득한 꿈일 뿐이다. 그런데 만일 수소 상온핵융합이 가능하다면? 만일 핵융합반응을 상온에서 일으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야말로 환상적이요 대박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이 상온수소융합반응을 일으키는 방법을 찾느라 애쓰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아직은 꿈이다.
그런데 우리 인체는 이미 그 꿈같은 상온연소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우리 몸은 낮은 온도에서 영양분을 태워 열과 에너지를 만든다. 세포의 마이토콘드리아에서 영양분을 연소시켜 열과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뜨겁지도 않고, 데지도 않고, 연기도 나지 않는데 인체는 헤모글로빈이 운반해 온 산소로 영양분을 태워 에너지와 열을 만든다. 마이토콘드리아가 상온 보일러요 상온 엔진이다. 마이토콘드리아는 실린더나 피스톤, 크랭크나 트랜스미션도 없이 에너지를 만들어 근육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쓰고 산소를 사용한 다음 연기 대신 탄산가스를 내면서 헤모글로빈에게 반출을 부탁한다. 그러면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마이토콘드리아에게 내어주고 대신 탄산가스를 받아 싣고 정맥을 달려 심장으로 돌아간 다음 폐동맥을 타고 폐로 가서 탄산가스를 배출하고 산소를 바꾸어 싣고 다시 심장을 거쳐 동맥을 타고 돌아온다. 폐는 그렇게 모여온 탄산가스를 후우, 내뿜고 신선한 공기에 포함된 산소를 들이킨다. 5리터 밖에 안 되는 피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전신을 달리면서 어떻게 영양과 산소를 각 세포들에게 전해주고 폐기물과 탄산가스를 받아가지고 돌아오는지, 신비다.
우리의 심장의 움직임을 좀 더 들여다보자. 우리가 느끼는 심장박동은 ‘쿵 쿵 쿵...’, ‘콩닥 콩닥 콩닥....’, 계속되는 압축과 이완의 단순한 운동이다. 우심방, 우심실이 따로 작동하고 좌심방, 좌심실이 따로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내연기관처럼 흡입, 압축, 폭발, 배기의 네 단계 행정과정을 밟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단순한 압축, 이완 반복운동으로 심장은 혈액을 모아 폐로 보내고 다시 되돌려 온몸으로 내보내는 일들을 동시에 해낸다.
전신을 돌고 심장으로 돌아온 피는 우심방→우심실을 거쳐 폐(허파)로 가서 탄산가스를 내뿜고 산소를 취한다. 그 다음 다시 심장으로 돌아와 좌심방→좌심실을 거쳐 대동맥을 타고 전신으로 뿜어져 나간다.
심장이 이완되면 피는 심방으로 들어오고, 심장이 압축되면 심실에서 피가 뿜어져 나간다. 심방과 심실 사이에는 판막이 있어 역류를 방지한다. 우심방, 우심실 사이에는 삼첨판이 있고 좌심방, 좌심실 사이에는 이첨판(또는 승모판)이 있다. 심장은 단순한 이완과 압축운동을 하지만 그 한 차례의 이완-압축 운동으로 심장의 우편은 피를 폐로 보내고 심장의 좌편은 피를 전신으로 내보낸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구조요 절묘한 작동기능이다.
당신이 만일 진화중인 아메바였다면, 혹은 당신이 만일 창조주였다면 폐와 심장을 만들 때 어떤 아이디어를 택했을까? 폐? 폐를 어떻게 만드느냐고? 피에다 산소를 집어넣으려면, 아하, 그렇지, 어항처럼 혈조(血槽, 피탱크)를 만들고 일단 몸을 돌고 온 피를 거기다 모으는 거야. 그리고 거기다 공기를 보글보글 불어넣으면 되겠지. 그 다음 펌프(심장)로 퍼서 돌리지 뭐.......? 안 돼. 그랬다가 혹시 아차, 넘어지면 항아리 깨지고 피 다 쏟아진다. 흔들리거나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피가 거꾸로 쏟아져 공기통로로 밖으로 흘러나올 거다. 피를 분무기로 뿜는 건 어떨까? 그러면 피가 공기중의 산소와 접촉하여 새롭게 되지 않을까? 뭐? 분무기? 미쳤어? 피를 혈관으로 계속 흐르게 하면서 피가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고 산소와 접촉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지? 피는 통과하지 못 하고 공기만 들락거릴 수 있는 막(膜)을 어디서 구해 오지? 아마도 머리를 싸매고 궁리를 해도 해결방안이 안 나왔을 게 뻔하다.
심장은 피를 보내서 허파를 거쳐 전신으로 가게 하지도 않는다. 그랬다간 폐가 고압으로 견딜 수 없을 거다. 반대로 전신을 거친 피가 폐를 거쳐 산소-탄산가스 교환을 마치고 심장으로 돌아오게도 하지 않았다. 그랬다간 폐에서 병목현상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또 그랬다가는 전신에서 피를 많이 요구하는 위험상황에서 심장이 무리하게 피를 빨아들이면 폐가 망가지고 공기가 빨려 들어갈 것이다.
단 한 개의 심장을 사용하여 피가 심장으로 돌아온 다음 이를 허파로 보내고 다시 허파에서 심장을 거쳐 전신으로 돌아가게 하는 이 절묘한 설계는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폐와 심장의 절묘한 구조와 기능을 보라. 심장으로부터 전신을 돌고 되돌아온 혈액의 양을 생각해보라. 그 모든 혈액이 폐를 똑같이 그대로 거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전신을 흐르는 혈액의 양과 폐를 통과하는 혈액의 양이 동일하다. 코로 1 분 동안 채 스무 번도 안 쉬는 숨, 한 번에 1~2 리터에 불과한 숨으로, 그리 크지도 않은 폐에서 전신을 흐르는 피가 순식간에 통과하며 탄산가스를 배출하고 산소를 얻어 심장으로 돌아가는, 그렇게 다시 전신으로 뿜어져 나가는 그 놀라운 기능을 보라. 누가 이러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기막힌 설계를 하였을까?
그럼, 심장은 어떻게 영양과 산소를 공급받는가? 심장은 관상동맥이라고 불리는 동맥을 통하여 산소와 영양을 공급 받는다. 관상동맥이 고혈압, 저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장근육이 제대로 박동하지 못 하고 심지어 괴사하여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키게 된다. 그러므로 피를 맑게 유지하고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건강을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우리 몸의 대부분의 근육은 장기간 쉬지 않고 사용하면 지치고 무력해지므로 반드시 휴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심장근육은 일평생 휴식이 없다. 평소에 1초에 60~80회 뛰던 심장이 급박할 때면 100회를 넘어 200회 가까이도 뛴다. 그러고도 피곤하다고 불평하거나 게으름 부리거나 나중에 하겠다고 미루거나 쉬겠다고 떼쓰지도 않는다.
우리 몸에는 어느 곳에나 암세포가 생기고 번식한다, 각막에도, 혀에도,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암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심장에서는 암세포가 자라지 못 한다. 심장이 늘 일하기 때문이다. 암세포가 자리를 잡을 틈이 없다. 항상 뜨거운 피를 뿜어내고 늘 뜨겁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바쁜 곳, 따뜻한 곳에서는 자라지 못 한다.
뜨거운 심장, 그것은 사랑이다, 끈기이다, 능력이다, 생명이다.
만일 당신의 의지로 심장을 움직인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시험 삼아 당신의 주먹을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해보라. 얼마 못 가 힘이 빠지고 지쳐버릴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심장근육은 일평생 힘이 빠지지도 않고 지칠 줄도 모른다. 당신의 주먹만 한 조그만 심장은 1분에 약 70 번, 한 시간에 약 4,000 번, 하루에 약 10만 번이나 뛴다. 1년이면 3,650만 번, 일평생 약 30억 번이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당신의 생명을 유지한다. 그 경이로운, 쉼 없는 수고와 봉사에 감사하라. 누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일까?
심장근육이 움직이는 것도 그 원리는 앞서 소개한 ‘근육의 움직임’에서 말한바 다른 근육들과 마찬가지다. 심장의 근세포들이 칼슘이온들을 내뿜는다, 칼슘이온들이 트로포닌 머리에 달라붙는다, 마이오신이 액틴 단백질을 잡아당긴다. 이렇게 심장근육이 수축된다. 다음 순간 이번엔 근세포들이 칼슘이온들을 회수한다. 트로포마이오신이 다시 끼어들고 굵은 필라멘트의 마이오신이 잡았던 가는 필라멘트의 액틴 단백질을 놓는다. 심장근육이 원상태로 돌아가며 이완된다. 이 작동을 1초도 안 되는 동안 한 차례씩 쉬지 않고 반복한다. 심장수술을 위하여 심장을 끄집어내 놓아도 심장은 계속 팔딱거린다. 심장의 수백억 수천억 모든 세포들이 똑같이 움직인다. 칼슘이온들을 내뿜고 회수하는 순간작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진화일까? 혈액과 심장 없는 아메바세포들끼리의 생존과 진화가 과연 가능할까? 진화론자들의 주장대로 처음에 생겨난 단세포 아메바가 분열하여 그 수가 늘어나고 어찌어찌해서 한 몸을 만들어 진화를 시작한다 치자. 진화를 시작하는 아메바 덩어리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줄 혈액과 그 혈액을 보내줄 심장이다. 이 보급선이 없다면 세포들은 몇 분도 견디지 못 하고 죽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심장과 혈액이 어디서 나나? 심장과 혈액, 신경이 있으려면 당연히 세포들이 진화를 해서 심장과 혈액을 만들었어야 한다.
진화가 먼저냐 심장과 혈액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다. 진화를 하자니 심장이 울고 심장이 있으려니 진화가 운다. 이 모순적 상황을 원시생명체, 아메바들이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진화론자들이여, 당신들이 그 아메바들이라면 이 앞뒤 안 맞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당신들은 아메바들에게 진화라는 너무 지난(至難)한 과제를 요구하고 있다.
심장! 이 놀라운 생명의 움직임을 보라. 쉬지 않고 뛰는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당신의 마음, 당신의 사랑, 당신의 열정의 박동을 들어보라. 당신을 살아 숨 쉬게 하고 당신의 영혼을 뛰게 하는 심장의 소리를 들어보라.